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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래영수들에게 바치는 글 9

기사승인 [446호]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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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이준석의 多言과 루이 14세의 少言

타인과 협력해야만 이뤄지는 이 세상 모든 직업은 말을 필요로 한다. 다만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과 말을 적게 해도 되는 직업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여러 직업 가운데서도 정치라는 직업이 가장 말을 많이 해야 하고 아울러 말을 잘 해야 하는 직업이다. 정치인은 말을 먹고 산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필자는 학창시절 때 문화대혁명시기여서 정규적인 공부는 뒷전이었고 소설 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부친이 당지서였는데 그때는 대학입시제도가 없어 하향지식청년들과 귀향청년들이 출세하려면 군대에 가는 것과 중국공산당 당원에 입당하고 실적에 따라 대학에 추천받아 가는 길밖에 없었다. 필자는 장차 군대에 가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입당하여 대학에 추천받아 가야겠다는 다짐을 굳혔다. 부친께서 입당시킨 청년이 모두 26명인데 그 가운데서 말을 잘하는 청년들이 쉽게 목적을 이뤘다. 어릴 적에 하루건너 입당하려는 청년들이 부친과 담화하는 것을 목격하고 나도 말을 잘 해야 하지.’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말을 잘하려면 타고난 재주도 있어야 하고 타인에게 설득력 있게 보이려면 지식도 갖춰야 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던 것이다. 물론 말을 잘해서 공산당원에 가입하고 출세하는 루트는 거치지 않았지만 그때 그 시절 책을 많이 읽었던 덕분에 후에 교사 직업에 도움이 되었고 현재 글쓰기에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다.

시골정치도 그럴진대 도시정치 그것도 나라정치와 관련되면 더욱이 말을 잘해야 하는 것은 아주 필요한 요인이고 어쩌면 결정적인 요인이기도 하다.

히틀러는 연설을 잘해 세상을 주름 잡았고, 모택동도 민중의 정서에 맞는 연설로 민심을 얻었다. 대학학력이 없이 나라 수장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말을 잘하기로 유명하다. 만약 그가 말을 어눌하게 한다면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신분인데도 말을 잘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보수정치의 천지개벽을 일으킨 이준석 야당대표는 미국 하버드 유학생 출신이다. 조선일보 기자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영향을 준 인물이 있나? 하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미국 유학 때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당대회 연설을 보며 ‘정치란 말의 힘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단칼에 해결할 수 있 는 것이 정치라는 예술이라고 느꼈다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는 말 하나로 우리 사회의 연좌제를 다 풀어버린 것 아닌가.”

이준석 대표는 확실히 말을 잘한다.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지난 10년 동안 방송출연으로 연륜을 쌓은 정치인이다. 말로 연륜을 쌓았다는 뜻이 되겠다.

그런데 말을 잘하는 것과 말을 많이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정치의 생리가 말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나 말을 줄이고 삼가는 것도 정치기술이다.

이준석 대표는 한편 실력주의를 추구하는 정치인이다. “경험과 경륜을 포괄하는 말이 실력이라고 봐요. 사실 실력이 존중받고 그것이 양성되는 정치 풍토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경험과 경륜으로 그것을 누르려고 해요. 경험과 경륜은 정치를 오래 하면 생기는 것이죠. 경험과 경륜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실력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봐요. 경험과 경륜을 많이 들먹이는 정치인들은 연공서열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는 정치인인 경우가 많아요.”

실력보다 경험과 경륜을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여기던 이준석 대표가 요즘 경험부족으로 위기를 맞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말을 많이 하고 있어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성공하는 정치인이 되려면 마땅히 루이 14세한테서 말을 적게 하면서 정치를 잘하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주 필요해 보인다.

루이 14세의 궁정에서는 귀족과 장관들이 중요한 국사를 놓고 며칠 동안 토론을 벌이는 일이 잦았다. 상의를 하다가 말다툼을 하기도 하고 뜻이 한데 모였다가 다시 언쟁을 벌이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의견이 다른 양측의 대표자를 한 명씩 정해서 루이에게 보내 그의 판단에 맡기자는 것이었다. 대표자 두 명을 고른 후 양측은 세부 사항을 진지하게 통의했다. 쟁점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여 말할 것인가? 어떤 표정을 짓는 게 바라직할까?

마침내 운명의 순간이 찾아왔다. 양측의 대표자들은 루이를 찾아가 당면한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서 세세하게 설명했다. 루이는 수수께끼 같은 표정을 지으며 잠자코 듣기만 했다. 두 대표가 설명을 마치고 왕의 의견을 묻자 그는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생각해 보겠네.”

그리고 자리를 떠났다.

이후 신하들은 왕이 그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몇 주 뒤 왕이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개시할 때에야 그 결과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왕은 그 문제에 대해 신하들과 결코 다시 상의하지 않았다.

루이 14세는 말수가 적기로 유명했다.

짐이 곧 국가다.”

그의 이 유명한 말은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다.

생각해 보겠네.”

이 말은 신하들이 무언가를 요구할 때 그가 자주 사용하던 간결한 말 가운데 하나였다.

물론 루이 14세가 처음부터 말을 적게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고 한다. 젊은 시절 그는 장황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했고 웅변 능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의도적으로 과묵해지려고 노력했다. 이는 아랫사람들을 당혹하게 하고 쩔쩔매게 하는 하나의 가면이었다. 그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신하들이 계속 이야기를 하는 동안 루이 14세는 말없이 듣기만 했고 그럴수록 그들은 자신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드러냈다. 루이 14세는 나중에 그 정보를 이용해 그들을 공격했다.

결국 루이 14세의 과묵함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겁을 먹고 그의 지배력 아래 들어가게 되었다. 그것은 그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무기가 되었다.

생존의 법칙저자 로버트 그린은 권력자는 최소한 말을 적게 하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말을 적게 하면 실제보다 더 힘을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 침묵을 지키면 사람들은 불편해한다. 인간이란 해석과 설명을 좋아하는 존재라서 당신이 침묵하고 있으면 상대는 당신의 생각을 알아내고 싶어진다. 당신이 무엇을 드러내고 드러내지 않을지 신중하게 통제하면 상대는 당신의 목적과 의중을 간파하지 못한다. 당신이 짧게 대답하고 침묵하면 상대는 초조해져서 침묵을 깨고 온갖 종류의 말을 늘어놓게 되며 그러다가 자신의 중요한 정보나 약점을 노출하기도 한다. 상대는 집에 돌아가서 당신이 한 말을 곰곰이 되씹어볼 것이다. 이렇듯 상대가 당신의 짧은 몇 마디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면 당신의 힘이 커진다.”

지금 이준석 대표와 헤게모니 다툼을 벌이는 상대는 야권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총장이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둘 다 말이 많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둘 다 세간의 주목을 받으려 하는 심리가 강하다. 둘 다 이런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자주 부딪힌다.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권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여권 가장 유력했던 차기 대권 후보인 조국을 무너뜨렸으니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무튼 가장 큰 관심이 집중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윤석열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후에도 여전히 가장 큰 중시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지 않았을까? 세간에서는 이렇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윤석열 총장 본인의 뜻이든 캠프에 합류한 맴버들의 의도이든 간에 탄핵이니 비대위체제니 들먹이면 끊임없이 이준석 대표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루이 14세는 주인보다 더 빛나려 했던 인물을 어떻게 처치했는가를 살펴보자.

루이 14세 통치 초기 재무장관 니콜라 푸케는 화려한 파티와 아름다운 여인들을 좋아했고 시에 관심이 큰 인물이었다. 그는 당시 신하들 가운데 가장 뛰어나 1661년 마자랭 총리가 죽은 자리를 채울 수 있는 후보로 거론되었다. 그러나 왕은 총리자리를 없애려고 했다. 이에 푸케는 왕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이려고 화려한 파티를 열었다.

파티에는 유럽의 명문가 귀족들과 당대 최고의 지성들도 참여했고 유명 희곡작가들이 이 파티를 위해 직접 곡을 써주기도 했고, 식사 중에는 준비했던 음악이 연주되기도 했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정원을 산책했는데 그야말로 아름다운 공원이자 처음 목격하는 궁전 정원을 방불케 했다. 희귀한 동양음식에다 아름다운 음악연주 및 처음 보는 아름다운 환경은 젊은 왕이 참석했지만 참여자들의 눈길은 일제히 푸케에게만 쏠려 있었다. 파티는 밤늦게까지 열렸으며 모두들 입을 모아 이렇게 훌륭한 파티는 난생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푸케는 왕의 근위대장에게 체포되었다. 그리고 석 달 뒤에 국고횡령죄로 재판을 받았고 감옥에서 20년 동안 쓸쓸히 지내다가 죽었다.

재미있는 것은 루이 14세는 파티 도중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 않았고 불편한 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가 말없이 처치해버렸다는 것이다.

이것이 말보다 행동이 앞선다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준석 대표는 두 달 전 당대표 취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춰질 것이고, 이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이다.”

지금 당원들은 이준석 대표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나이가 젊다는 것은 큰 자산이 되기도 하고 한편 얕볼 수 있는 소지도 있다. 이준석 대표는 이제부터 말을 적게 하고 행동이 앞서는 정치를 해야 한다. 물론 한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루이 14처럼 의도적으로 고쳐야 한다.

김 정 룡

김정룡 기자 jzl0917@naver.com

<저작권자 © 동포타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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